영화 《컨저링》은 허구적 상상력에만 기댄 공포물이 아니라, 실존 조사자 에드·로레인 워렌이 남긴 수천 건의 사건 기록을 이야기의 토대로 삼은 작품이다. 워렌 부부는 사진과 오디오, 필드 노트, 사제 및 경찰의 참고 진술을 종합해 사건을 구조화했고, 제임스 완은 그 자료의 미장센을 영화적 리듬으로 재배열했다. 따라서 이 작품을 해부하려면, 영화 속 공포 장면의 연출 기법을 넘어 실제 조사 절차와 당대 지역사회가 겪은 충격,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논쟁의 지형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아래에서는 사건의 기원, 조사 방법과 쟁점, 그리고 실화가 팽창하며 형성한 ‘유니버스’의 문화적 의미를 차례로 정리한다.컨저링 기원과 페로니가 농가의 현장 기록1971년, 로드아일랜드 해리스빌의 오래된 농가에 입주한 페론 ..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중심에 두고, 죽음과 기억, 가족애를 한데 묶어낸 감성적이면서도 교육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화려한 음악과 색채, 유머로 관객을 사로잡는 동시에, 전통문화의 상징을 치밀하게 고증하고 이야기 속 의미망으로 엮어낸다. 주인공 미겔의 성장담은 개인의 꿈과 가족 유산 사이의 갈등을 넘어, 기억을 매개로 세대가 연결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즉 《코코》는 ‘문화 소개’와 ‘보편 서사’를 정교하게 접합해, 전 세계 관객이 낯섦과 친숙함을 동시에 체험하도록 설계된 작품이다.죽은 자의 날, 삶과 죽음을 잇는 멕시코의 명절《코코》의 심장부는 ‘죽은 자의 날’의 철학과 의식이다. 영화는 이 명절을 애도와 슬픔의 장이 아..

서울과 뉴욕은 각각 동아시아와 북미를 대표하는 영화 중심지입니다. 두 도시는 각자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독자적인 영화 비평 전통을 발전시켜 왔으며, 그 비평 방식은 영화 산업, 언론 환경, 관객과의 거리감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비평가의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서울과 뉴욕의 영화 문화 차이를 깊이 있게 비교해 봅니다.한국: 매체 중심, 대중과의 조화 강조서울에서 활동하는 영화 평론가들은 대체로 신문, 영화 전문지, TV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영화의 연출력, 주제 의식, 사회적 함의, 배우의 연기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영화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서사, 젠더 이슈, 계층 간 갈등, 사회 비판..

제임스 카메론은 ‘기술을 쫓는 예술가’가 아니라 ‘이야기를 확장하기 위해 기술을 발명하는 창작자’다. 그는 새로운 카메라, 렌즈, 캡처 시스템을 단지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쓰지 않고, 관객이 서사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만드는 감정 증폭 장치로 설계한다. 그래서 그의 필모그래피는 발명 목록이면서 동시에 감정의 지도다. ‘터미네이터 2’에서 액체 금속의 물성을 통해 불멸과 변이의 공포를 체화하게 만들었고, ‘타이타닉’에서는 실제 크기의 선체 세트와 수중 촬영을 결합해 사랑과 계급의 균열을 거대한 파도의 압력처럼 느끼게 했다. ‘아바타’에 이르면 그가 수년간 준비해 온 퍼포먼스 캡처, 스테레오 3D, 가상 카메라 워크플로가 한 점으로 모인다. 배우의 미세 근육과 시선을 데이터로 옮기고, 감독의 손에 들린 ..

리암 니슨은 중년 이후 액션 영화계에서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낸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본래 , 등에서 감성적이고 진지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는, 50대에 접어들며 영화 시리즈로 강렬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 ‘리벤지 액션’이라는 장르에 감정 서사를 입혀, 관객에게 극적인 몰입을 선사했다. 그 결과, 리암 니슨은 중년층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웅의 상징이 되었고, 중후한 매력과 현실적인 캐릭터 해석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었다. 이번 글에서는 리암 니슨의 대표작과 캐릭터 해석, 그리고 장르 내 입지와 성공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리암 니슨의 중후한 매력, 중년층 관객을 사로잡다리암 니슨은 50대 이후 ‘테이큰’을 통해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

한국 독립영화는 상업 영화와는 다른 시선과 목소리를 담아내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흥행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실험적인 연출,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관객과 깊은 정서적 공감을 형성해 왔습니다. 영화 산업의 상업성 중심 구조 속에서도 이러한 작품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관과 인물을 통해 현실을 비추며, 한국 사회의 다양한 층위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독립영화계의 흐름과 함께 대표적인 작품 세 편인 '벌새', '남매의 여름밤', '우리들'을 중심으로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봅니다.벌새: 1990년대 서울 소녀의 내면을 조명한 섬세한 시선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벌새’는 199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중학생 은희의 성장기를 따라..